비염과 천식이 사촌지간? (One airway, One disease)

우리 호흡기는 상기도와 하기도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합니다. 코에서 목구멍(인두, 후두)까지를 통상 상기도, 그 이하를 하기도라고 구분합니다. 코부터 폐까지 상기도, 하기도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상기도에 병이 발생할 때 하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하기도의 질병도 상기도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일기도, 단일질환? (One airway, One disease)

호흡을 할 때 공기는 코(혹은 입)을 통해서 목구멍, 상기도, 하기도, 폐실질(폐포)로 들어가서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 주게 됩니다. 해부학적 구조상 이러한 공기의 통로는 크게 상기도(코(비강), 목(인두, 후두))와 하기도(기관, 기관지)로 나뉘게 되는데 보통 상기도질환과 하기도 질환을 구분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질환은 두가지가 연결되어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알레르기비염(상기도)와 천식(하기도) 입니다. 

1997년에 아리조나 의대의 Grossman 이라는 의사가 대부분의 천식 환자(60-78%)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발견되는 현상에 주목을 하게 되어 상기도-하기도 모두 하나의 통합된 기도(one airway)로서 알레르기비염-천식이라는 하나의 알레르기 질환(one disease)으로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10-40% 환자는 천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장차 천식을 일으키게도(특히 어린이) 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10-40%가 천식을 앓고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을 악화시키거나 장차 천식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위험인자입니다.

이것은, 코와 폐가 형태학적, 병태생리학적(질병이 우리 몸의 생리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 그리고 면역학적인 특성을 공유하며, 상기도 혹은 하기도 어느 한 쪽을 치료하게 되면 나머지 기도(상기도치료--> 하기도 영향, 하기도치료-->상기도 영향)의 상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염치료와 천식치료가 상대방 기도에 미치는 영향

여러 연구에서 주의깊은 알레르기 비염 관리를 받은 천식환자들이 천식 조절이 더 잘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천식  자체가 호전될 경우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함께 관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기관지의 문제점을 세심하게 진찰해야 하고, 기관지 천식 환자는 코, 부비동, 인두, 후두 등 상기도의 상태를 잘 관찰해서 문제가 있으면 함께 치료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염, 천식의 표준치료와 한방치료

현재 알레르기 비염에 표준치료로 쓰이는 약물은 증상이 일시적이고 경미할 때는 먹거나 코에 뿌리는 항히스타민제를,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때는 비강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천식의 표준치료는 기관지의 천식 염증을 조절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입으로 들이마시는 흡입 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 ICS)를, 기도폐쇄 증상을 몇 분 안에 완화시켜 천식 발작을 막는 기관지 확장제(교감신경 항진제, 부교감신경 억제제) 등을 사용합니다.

환자의 증상이 심각할 정도가 아닌 때에는 한방 단독 치료도 시도해 볼 수 있으며 이미 표준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들의 경우, 표준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표준치료에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경감시킬 목적으로 한방치료를 병용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알레르기 비염에서 침치료는 많은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종합해 보면 침치료는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치료 효과는 항히스타민제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기관지 천식에서도 다양한 침구 경혈 요법이 폐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한약 치료 역시 항히스타민제와 비교해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 개선 효과를 보여준 연구들이 있고, 기관지 천식에서도 한약의 효과들이 연구된 바 있는데, 특히 소청룡탕은 비염, 천식에 2천년 가까이 사용된 한약으로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급성 기관지천식 발작에 표준치료와 병용하면 폐기능을 추가적으로 향상시키고 혈액의 알레르기 수치(IgE)를 낮추어 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폐(肺)는 코(鼻)와 매우 밀접한 장기로 보고 있고, 

알레르기비염 및 천식의 침치료나 한약치료는 환자의 폐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증상, 체질을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단일 기도, 단일 질환", 즉 상기도와 하기도의 질환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치료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한방 치료로 상기도와 하기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치료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상기도(코)와 하기도(기관지)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연결되어 있으며 상기도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비염과 하기도에 발생하는 기관지 천식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한 환자, 특히 어린이는 비염 관리를 잘 해 주어야 천식이 나중에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천식 환자 중 상당수가 비염을 동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천식 환자들의 코증상을 반드시 체크하여 치료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여기에 한방치료(침, 한약)은 단독, 혹은 양약 표준치료와 병용해서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논문

1. Grossman J. One airway, one disease. Chest. 1997 Feb;111(2 Suppl):11S-16S.
2. Klain A, Indolfi C, Dinardo G, Licari A, Cardinale F, Caffarelli C, Manti S, Ricci G, Pingitore G, Tosca M, Decimo F, Miraglia Del Giudice M. United airway disease. Acta Biomed. 2021 Nov 29;92(S7):e2021526.
3. He M, Qin W, Qin Z, Zhao C. Acupuncture for allergic rhin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ur J Med Res. 2022 Apr 25;27(1):58. 
4. Wang X, Zeng S, Li Z, Li Y, Jia H. A network meta-analysis of different acupuncture modalities in the treatment of bronchial asthma. BMC Pulm Med. 2023 Sep 22;23(1):357.
5. Li H, Kreiner JM, Wong AR, Li M, Sun Y, Lu L, Liu J, Yang AWH. Oral application of Chinese herbal medicine for allergic rhin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hytother Res. 2021 Jun;35(6):3113-3129. 
6. Wang L, Feng X, Wang B, Yang Y, Zhang T, Zhang X. Adjuvant Treatment with Xiaoqinglong Formula for Bronchial Asthma in Acute Attack: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20 Sep 14;2020:8468219. 

한방내과전문의 최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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