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나 독감, 인후염을 앓고 난 뒤에 열나고 머리 아프고 근육통 등의 증상은 사라졌지만 기침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괴롭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학적인 진단은 감염후 기침(post infectious cough) 또는 바이러스 감염 후 기침(post-viral cough) 이라고 합니다. 바이러스 자체는 다 제거되었는데 감기나 독감을 앓던 중에 여러 자극으로 기침반사가 항진되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어떤 병일까? - 기침반사?
우리 몸의 기도(airway)에는 외부의 이물질이나 자극이 되는 어떤 성분이 닿게 되면 의도적으로 기침을 통해 몸 밖으로 자극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뱉어 내려고 합니다. 이것을 기침반사라고 하는데 기침반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 자극 인지: 기도에 있는 감각 신경이 자극(예를 들어, 먼지, 연기, 미생물, 염증)을 감지해서 뇌로 신호를 보내 기침반사 시작
- 호흡 중단: 자극을 감지하면 뇌의 기침을 주관하는 부위에서 신호를 보내 호흡을 잠시 중단
- 압력 증가: 호흡이 중단되면, 흉부와 복부 근육이 수축하여 폐 안의 압력 상승(대변 볼 때 힘을 주는 순간 숨을 참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 기도 개방: 후두가 열리면서 공기가 빠르게 폐에서 빠져나가면서 자극물을 배출
- 기침: 고속으로 공기가 배출되면서 기도나 호흡기에 있는 이물질이나 분비물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기침' 소리 발생
이러한 기침 반사는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호흡기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해서 그냥 둬도 괜찮지만, 감기, 독감, 천식, 폐렴 등등의 호흡기 질병에 걸리게 되면 다양한 이유로 기침반사가 평소보다 과도하게 일어나게 되서 종종 치료가 필요하게 됩니다.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와 우리 몸이 싸우는 과정에서 생긴 여러가지 물질들로 인해 기침반사를 일으키게 하는 수용체(주로 목구멍 주위에 많이 분포합니다.)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서 기침을 자주 일어나게 만듭니다. 어떤 경우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기침이 계속 일어나게 되는, 기도가 매우 민감한 상태로 지속되기도 합니다.
바이러스가 우리몸의 면역력에 제압당해서 물러나게 되면 보통 열이 내리고 인통, 두통 등의 증상이 사라지는데, 기침의 경우 기침반사가 계속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됩니다. 그래서 약간의 자극에도 기침을 참을 수 없고 때로는 목이 간질거리면서 마른 기침이 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감염후기침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병일까? - 원인?
감염후기침의 원인은 목구멍에 기침반사를 예민하게 만들어버리는 모든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에 해당됩니다. 일반감기, 독감, 폐렴, 코로나19 까지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기침을 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다음 두 가지 입니다.
- 후비루 증상: 콧물이 목구멍 쪽으로 넘어가서 목구멍과 목소리 나오는 성대부위를 자극합니다.(밤에 더 심할 수 있습니다.)
- 염증: 원래 걸렸던 감기 등 감염질환 때문에 목구멍이 부은 염증상태가 기침을 나오게 만듭니다.
진단은?
감염후기침의 진단은 일단 감기 등 기침이 나오는 병에 걸렸었는지 확인이 중요합니다. 상기도감염이라고도 하는 감기는 코, 인후, 부비동 등이 감염되는 것인데, 콧물, 코막힘, 발열, 기침, 두통, 전신통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길어도 2주 이내에 보통 낫게 됩니다.
병원은 언제 가야 할까?
감기와 관련된 기침은 8주일 정도 까지 날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 3-5일까지만 남에게 전염시킵니다.) 8주이상 기침이 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침은 후비루나 목구멍의 염증(부음)이 호전되면 사라지게 되는데 다음과 같이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 객혈(기침할 때 피가 나오는 것)이 나오거나 가래 색이 심하게 진해질 때.
- 기침이 점점 더 자주, 심하게 나올 때
- 발열, 근육통, 오한, 식욕저하, 음식 삼키기가 힘들어 질 때.
감염 후 기침 관리는?
-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
- 차고 건조한 환경을 피하고 담배연기,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합니다.
- 충분한 양의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십니다. 그리고 코에서 목구멍에 이르는 부위에 수분을 접촉시켜 줍니다. 따뜻한 물이나 차를 얼굴에 대서 증기를 쐬는 것도 좋습니다.
- 기침에 효과가 있는 꿀이나 꿀물을 자주 섭취합니다.
- 다양한 차 종류를 섭취해 볼 수 있습니다. 기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차들은 도라지(껍질을 벗기지 않은 것), 오미자, 맥문동, 둥글레 등이 있습니다.
- 약물 치료
- 기침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기관지확장제, 스테로이드, 중추성 진해제 등 대증요법을 중심으로 처방하는데, 세균감염의 증거가 없으면 항생제는 쓰지 않습니다.
- 감염후기침에 대한 한약제제로는 '맥문동탕'이 유명한데 이외에도 환자의 전반적인 몸상태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가능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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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2020개정 기침진료지침
Katsuya FUJIMORI, Eiichi SUZUKI, Fumitake GEJYO. Comparison between Bakumondo-to (Mai men dong tang) and Dextromethorphan Hydrobromide in Terms of Effect on Postinfectious Cough: A Pilot Study. Kampo Medicine. 2001;51(4):725-732.
한방내과전문의 최준용